138억 년은 너무 큰 수라서 마음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눈금을 바꿉니다. 우주가 시작된 순간을 1월 1일 0시로, 지금 이 순간을
12월 31일 자정으로 놓고 그 사이에 모든 일을 늘어놓습니다.
이 눈금 위에서 달력 하루는 3,780만 년이고, 1초는 437년입니다.
손잡이 — 눈금을 세 번 바꾼다
우주원소생명사람
눈금을 「마지막 하루」, 「마지막 1분」으로 바꿔 보세요. 펼쳐도 펼쳐도 사람은 맨 끝에 몰려 있어요.
우리는 늦게 왔고, 만들어진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눈금 위에서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구는 늦둥이입니다. 태양계가 만들어지는 9월 초까지 달력의 3분의 2가 이미 지났습니다.
우주는 우리 없이 아흔 억 년을 지냈습니다.
생명은 서둘렀습니다. 지구가 식자마자라 해도 될 만큼 이른 시기에 시작됩니다.
오래 걸린 것은 생명이 아니라 복잡해지는 일이었습니다 — 하나짜리에서 여럿이 한 몸이 되기까지
달력으로 석 달이 걸립니다.
우리 몸의 재료는 별에서 왔습니다. 수소를 뺀 거의 모든 원소가
별의 중심이나 별이 터질 때 만들어졌습니다. 뼈의 칼슘도 피의 철도 그렇습니다.
기록된 역사는 마지막 12초입니다. 이집트도 로마도 조선도 산업혁명도 전부
12월 31일 밤 11시 59분 48초 이후에 일어납니다.
이 달력은 사람을 작게 만들려고 만든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 몇 초 만에 이 달력 자체를 알아낸 종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138억 년을 되짚어 1월 1일이 언제였는지 계산해 낸 것도 그 몇 초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달력에 나온 말들
연대를 어떻게 알아냈는지가 사실 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우주의 나이를 잰 방법도, 바위의 나이를 세는 법도 용어집에 있습니다.
우주의 나이 — 138억 년(13.787 ± 0.020 십억 년). 플랑크 위성이 우주배경복사를
측정해 얻은 값입니다. 다만 우주의 팽창 속도를 재는 두 방법이 서로 다른 답을 내고 있어
(허블 텐션) 이 값은 아직 논쟁 중입니다 — 달력의 눈금은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날짜 — 손으로 적지 않았습니다. 각 사건의 「몇 년 전인가」만 데이터에 두고
달·일·시각은 전부 계산해서 뽑습니다. 손으로 적으면 반드시 어딘가 어긋납니다.
연대의 폭 — 첫 별이나 최초 생명처럼 폭이 넓은 것들은 널리 쓰이는 값을 쓰고,
그 사실을 해당 카드에 밝혀 두었습니다.
이 장치 — 우주의 나이를 1년으로 압축해 보는 방식은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널리 알린 것입니다. 발상만 가져왔고, 설명은 전부 새로 썼습니다.
외울 것이 없습니다. 날짜를 기억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9월에야 지구가 생기고 12월 31일 밤에야 우리가 나타난다는 비율 하나만 남으면 충분합니다.
달력의 마지막 1초 안에서, 우리는 달에 발을 딛고
138억 년 전의 빛을 붙잡아 우주의 나이를 쟀습니다.
그렇다면 이 다음 1초에는 무엇이 적히게 될까요?